'5%룰' 완화로 국민연금 영향력 커지나…재계는 반발(종합)
'5%룰' 완화로 국민연금 영향력 커지나…재계는 반발(종합)
  • 박대호
  • 승인 2019.05.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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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19.5.20/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막아온 이른바 5%룰(대량보유 공시제도)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런 방향으로 5%룰이 바뀔 경우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자본시장 개입 가능성이 있다는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1992년 구(舊) 증권거래법을 통해 처음 도입된 5%룰은 지분 5%이상을 가진 경영 참여 목적의 투자자가 1%이상의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5일 이내에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공시하도록 한다. 이는 기업과 일반인이 주주 변화를 알 수 있도록 해 투기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7월 이런 5%룰이 논란이 됐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지침)를 도입한 국민연금이 앞으로 주주 활동을 보다 활발히 하려는데, 5%룰에 따라 지분 보유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해야 하는 등 투자 전략이 노출될 수 있어 5%룰에 발목이 잡힌 꼴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에 5%룰 완화를 건의했다.

이후 금융위는 5%룰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고 결국 완화로 방향을 잡았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이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반영해 5%룰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배당에 대한 주주의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 활동인지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안정적인 배당이 장기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업경영을 위태롭게 할 의도가 없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온건하고 건설적인 형태의 주주활동은 분명히 장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간주되는 주주활동의 범위가 다소 넓고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 부분을 다양하게 구체화해,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해도 5%룰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거론했다. 기업 지배권은 위협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려는 목적을 띤 행위는 5%룰 적용을 안 받게 하는 것이다. 대신 기업 지배권을 위협하는 방향에 가까우면 기존 공시 등의 의무를 유지해 정당한 기업 경영 방어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관투자자의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2019.5.20/뉴스1

 


국민연금의 지분 5% 이상 기업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00여개에 달한다. 당시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금액은 123조9000억원이며 시가총액 비중으로 환산하면 6.73%다. 5%룰이 완화되면 국민연금의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당장 반발했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공청회에서 "5%룰, 불편하면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5% 개선 논의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순수한 취지에서 주장하는 것인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국민연금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자본시장 개입 의혹을 떨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5%룰 완화하면 지금껏 제공되고 있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정보의 제공 등이 축소되거나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 활동 활성화 방안 등이 너무 한꺼번에 몰아치니깐 버겁다. 속도를 조절해줬으면 정책당국에 부탁한다"고 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은 "경영권 참여 문제를 논의하고 싶으면 경영권 보호와의 균형잡힌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그쪽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경영권 참여를 개선하겠다는 게 한국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스튜어드십 코드 확장을 위한 제도화를 위해 의도적인 변경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조만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가 5%룰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경우 재계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5%룰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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