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이재용부회장이 없다면'이라는 논리
'삼성에 이재용부회장이 없다면'이라는 논리
  • 장화경 기자
  • 승인 2020.06.15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검 검찰수사심의위는 법률과 증거로만 심의해야 국민이 납득

 지금부터 딱 55년전 일이다.  코흘리개 시절 어머니를 따라 지금의 삼각지근처로 무슨 구경을 갔던, 다소 가물가물한 기억이 있다. 다름아닌 이승만 전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작고해 귀국하는 장례행렬을 보러간 것이었다.  어머니가 왜 그 장례행렬을 보러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나갔을 때 이미 대로변에는 군중이 운집해 있었다. 장례행렬이 천천히 우리 앞을 지나갈 때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이승만대통령을 부르며 통곡하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커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승만 전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내쫒겨 하와이로 망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국부'로 새겨져 있었던 듯 하다. 해서 그의 사망이 국민들에게 준 충격은 마치 자기 부모가 돌아가신 것으로 느꼈던 것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지만.

또 하나, 18년동안 대통령 자리에 있다가 하루아침에 김재규라는 충복의 총탄에 사망한 박정희 전대통령때도 이승만때와는 달랐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었던 것 같다.  유신독재로 인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던 독재자의 죽음을 놓고 일반 국민들은 또 한번 '국부'의 사망으로 받아들였던 면이 없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힘으로 정권을 유지했던 독재자가 없어지자 지식인 사회는 민주주의가 훨씬 꽃피울 것이라는 희망을 안게 되었다. 물론 그 이후 전혀 엉뚱한 세계가 펼쳐졌지만.

이렇듯 해방이후 서구세계에서 도입된 민주주의라는 생소한 이데올로기를 축으로 새로운 질서가 사회를 지배하면서도 여전히 가부장적 문화와 기득권 지배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우리 사회의 단면은 아니었을까 되새김질을 해보게된다.  때문에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 사안들과 관련해 여론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을 과거와 현재의 충돌차원에서 해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사건을 전술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반추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부회장은 지난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법원은 "구속필요성및 상당성에 관하여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앞서 이부회장측은 검찰에 이번 사건의 수사계속및 공소제기여부에 대해 심의가 필요하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신청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영장기각후 현안위원회를 열어 대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원회의 개최를 요청해서 이달말중 검찰이 아닌 비검찰 인사들로 구성된 심의위가 열릴 예정으로 있다고 한다. 이 심의위는 검찰과 변호인단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뒤 수사의 계속여부, 공소제기여부, 기소의 적정성들을 결정하게 된다. 물론 심의위의 결정은 강제력이 있지는 않지만 검찰이 스스로 구성한 심의위의 의견을 완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이부회장과 관계자들의 기소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겠지만 변호인단과 삼성은 "이부회장이 없는 삼성은 생각할 수 없다"는 상황논리를 앞세울 것은 대략 예상할 수 있다. 이때쯤이면 삼성은 모든 인맥과 정보를 동원해서 정계는 물론 법조계,재계, 언론계,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이부회장의 구명을 위해 엄청난 로비전을 펴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것이 삼성뿐 아니라 한국의 재벌들이 검찰수사등으로 수세에 몰릴 때 써왔던 구태의연한 전술이기때문이다.

허나 재벌총수가 구속되거나 수감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해당 기업이 파산하는 등의 결과를 가져온 적은 극히 드물다. 오히려 문제가 된 기업군들은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하고 준법위원회 구성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낳은 경우를 더 많이 목격해왔다.

이부회장측은 향후 있을 사법절차를 염두에 두고 지난 5월 자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는 등 경영권 승계로 인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했지만 이는 참작사유는 될지언정, 불법사실이 있었던 과거를 지울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물론 만의 하나 검찰수사심의위에서 기소를 지지하는 경우 이부회장측과 삼성은 어려운 환경에 놓일 것은 분명하다. 삼성이 우리 경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출과 고용 등이 최악인 상황에서 지휘봉을 놓아야 하는 국면은 분명 위기를 가중시키는 사안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범법의 문제를 상황의 논리로 풀려 한다면 국민의 법감정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서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질서하에서 기업을 끌어가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한때 위기보다 값진 소득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검찰심의위원회는 그런 맥락에서 향후 이 부회장에 대한 심의에 있어 상황논리에 기울기보다 긴 안목으로 법률과 증거만을 보고 임해야 한다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