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들(12) : 마지막 회
로마의 일인자들(12) : 마지막 회
  • 김도원(金途遠)
  • 승인 2019.07.09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혀 존엄하지 않은 옥타비아누스'

리겔라이(이탈리아반도 중부에 있는 도시)는 로마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죄로 루키우스 오피미우스(기원전 121년 집정관을 지냈다. 하급 관리 하나가 가이우스 그라쿠스의 추종자에게 살해되는 사건 발생하자 원로원과 결탁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적 가이우스와 그의 추종자 3천여 명을 모두 죽였다. 가이우스 그라쿠스의 머리는 잘라 테베레 강에 던졌다.)의 손에 폐허가 된 뒤 여든다섯 해째 유령도시로 남아 있었다. 기원전 39년 늦여름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와 안토니우스와의 푸테올리(이탈리아 캄파니아주에 있는 도시. 나폴리 서쪽에 있다. 현지명은 포추올리.) 협정이 체결되자 아테네에 있던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는 그의 아내 리비아 드루실라와 함께 고국 로마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푸테올리 협정의 계약 조항 중 하나는 추방자들이 누구나 로마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는 로마의 추방자였다. 네로 역시 카이사르 암살 사건에 연루된 추방자 중의 하나였다.) 그들은 프리겔라이 외곽에서 욕조를 사용할 수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숙소를 잡았다. 네로는 뜨뜻한 목욕 생각이 간절했다. “나와 내 아들이 쓰고 난 목욕물을 버리지 말거라.” 네로가 지시했다. “내 아내가 쓸 수 있으니까.” 네로가 목욕을 하는 사이 드루실라는 숙소를 나와 오래된 시가지를 거닐었다. “시가지를 걷다 와도 될까요?”라는 드루실라의 말에 나야 당신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든 말든 하등 상관없소!”라는 말을 네로에게 들은 뒤였다. 드루실라는 네로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리고 더 조금 전에는 나는 아이를 더 감당할 수 없다.”며 아이를 지우는 약을 먹으라는 더 심한 말을 네로에게 들었다. , 네로가 감히 그녀를 어찌도 이리 홀대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임신을 그녀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선택할 수만 있다면 절대 그의 침대에 눕지 않고 싶은 그녀였다. 사실 남편에 대한 혐오감은 이미 아테네에서부터 커져가고 있었다. 이 순종적인 아내는 예전과 다름없이 순종적이었지만, 순종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매 순간을 혐오했다.

상처받은 마음을 부여잡고 울지 않으려 애쓰며 프리겔라이의 허물어진 성벽과 여전히 우뚝 서 있는 건물 사이를 거닐던 드루실라는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에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로마인이 들어오자 실체인지 환영인지 어리둥절했다. 처음에 그녀는 숨을 곳을 찾아 몰래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그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 옛날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앉았던 바로 그 돌기둥에 앉아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 남자는 자주색 단을 댄 토가를 걸쳤으며 황금빛 머리칼이 풍성했다. 걸음걸이는 우아하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느슨하게 걸친 옷 안의 몸은 날씬하고 젊었다. 남자가 불과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그의 얼굴을 또렷이 보았다. 매끈하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고 은색 눈동자에 금색 테가 둘러져 있었다. 리비아 드루실라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옥타비아누스는 도피처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간혹 그를 지치게 했다. 그들의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그들의 충성심이 아무리 절대적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침 오래된 도시 프리겔라이가 가까이 있었다. 프리겔라이를 대체하기 위해 조성되는 도시 파브라테리아 노바 근처였다. 옥타비아누스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서서 고개를 들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알아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북적거리는 시장의 수다 소리가 아닌 벌들의 윙윙거림, 어느 시장의 악사가 아닌 서정적인 새가 부르는 은은한 노랫소리. 평온!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러한 것들이 내게 얼마나 필요했던가! 그러다 옥타비아누스는 누군가 프리겔라이의 황폐한 돌무더기 길을 걷는 것을 발견했다. 여자는 그를 보고 도망치려는 것 같더니 이내 부러진 돌기둥에 주저앉았다. 여자의 뺨에 흐르는 눈물이 강렬한 햇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 처음에 그는 그녀가 지상에 강림한 여신이라고 생각했다. 조그마하고 매력적인 얼굴이 그를 향하더니 이내 아래로 떨구어졌다. 무릎 위에 포개진 아름다운 두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손에 보석 장신구는 없었지만 그것 말고는 태생을 낮게 볼 만한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녀가 고귀한 여성임을 그는 뼛속깊이 감지했다. 그의 내면에 잠자던 본능이 우리 속에서 뛰쳐나오며 전율하듯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그는 이것이 신이 내려준 메시지임을 깨달았다. 이 여자는 신이 보낸 선물이다. 그가 거부할 수 없는, 결코 거부하지 않을 신의 선물.

그는 그녀의 발치에 앉았다. 그녀의 얼굴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그의 아름다운 두 눈에 다정한 빛이 어렸다. “한순간 당신이 시장의 여신인 줄 알았어요.” 옥타비아누스가 말했다. “지금 보니 어쩌면 프리겔라이의 운명을 애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서 슬픔이 보이는군요. 하지만 당신은 아직 여신이 아니예요. 하지만 언젠가 내가 당신을 여신으로 만들 겁니다.” 그녀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첫눈에, 번개가 치는 것보다 빠르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쉴 시간이 조금 생겨서요.” 리비아 드루실라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허가 된 이곳을 보고 싶었어요. 여긴 너무나 평온하군요. , 난 평온을 간절히 원해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열정이 담겨 있었다. “남편이 누구죠?(그녀는 금으로 된 밋밋한 반지를 끼고 있었고, 누구나 그녀가 결혼한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열다섯 살에 네로와 결혼했다.)”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요.” “, 그자! 그리고 당신은?” “리비아 드루실라예요.” “유서 깊은 훌륭한 가문 태생이군요. 상속녀이기도 하고요.” “이젠 아니예요. 내 지참금은 다 사라졌어요.” “네로가 썼다는 말이군요.” “네 피난을 떠난 다음에요. 사실 나는 클라우디우스 씨족의 네로 분가 사람이예요.” “그러면 남편과 사촌지간이군요. 아이도 있나요.” “, 살배기 아들이 있어요.(이 아이는 커서 옥타비아누스의 양자가 되고, 아우구스투스의 정복사업을 도와 로마의 2대 황제가 된다.) 그리고 뱃속에 또 하나가 있고요. 곧 약을 먹을 테지만요. 드루실라는 처음 본 남자에게 필요 이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토가 프라이텍스타(toga praetexta. 적자색의 가장자리 장식이 있는 토가로서 집정관 및 관직자의 공복公服.)를 입으셨는데 얼굴이 너무 젊어보여요.(토가프라이텍스타를 입기에 옥타비아누스가 젊기는 했다. 겨우 그는 스물네 살이었다.) 옥타비아누스를 따르는 분이세요.” “나는 누구도 따르지 않아요. 나는 카이사르예요.”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 남편은 공공연한 당신의 정적이예요.” “네로요? 네로는 아무것도 아니예요.” 그가 진심으로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내 남편이고, 내 운명의 결정권자예요.” “당신이 그의 재산이나 다름없다는 뜻이겠죠. 난 네로를 잘 알아요! 수많은 남자들이 자기 아내를 가축이나 노예처럼 여기죠.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예요. 리비아 드루실라. 나는 아내란 남편의 가장 소중한 동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유물이 아니라.” “그게 당신이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인가요? 아내를 당신의 동료로 생각하세요.” 그녀가 바닥에 손을 집고 일어서는 그에게 물었다. “아뇨, 지금의 아내는 그런 존재가 아니예요. 그녀에겐 안타깝게도 지성이 없거든요.”(옥타비아누스의 머릿속에 이미 스크리보니아와의 결별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는 이내 그녀를 내칠 것이다. 그의 앞에 신의 메시지로 여신처럼 나타난 드루실라가 그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가봐야 해요. 리비아 드루실라.” 그가 엉망으로 구겨진 토가의 주름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말했다. “나도요. 카이사르.” 그들은 몸을 돌려 여관 방향으로 함께 걸었다.

나는 먼 갈리아로 가요.” 옥타비아누스가 갈림길에서 말했다. “원래는 거기 오래 있을 계획이었지만, 이렇게 당신을 만났으니 그럴 수 없겠군요. 겨울이 완연해지기 전에 돌아올게요.”그가 미소를 짓자 하얀 치아가 갈색 피부와 뚜렷이 대조를 이루었다. “돌아와서 당신과 결혼하겠어요, 리비아 드루실라.” “난 이미 결혼한 몸이고 내가 한 서약을 충실히 지켜요.” 리비아 드루실라가 존엄이 손상된 듯 결연히 가슴을 펴며 말했다. “나는 세르빌리아(카이사르 암살자 모임의 중요한 일원인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의 엄마,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불륜했다.) 같은 여자가 아니예요, 카이사르. 설사 상대가 당신이라도 절대로 서약을 깨뜨리지 않아요.”(드루실라는 곧 그 서약을 깨뜨릴 것이었다. 그녀가 원하지 않아도 옥타비아누스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 것이었고, 그것이 그녀가 어쩌면 진정 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신과 결혼하겠다는 거예요.” 옥타비아누스는 뒤돌아보지 않고 왼쪽으로 난 길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또렷하게 들렸고,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가 한 말은 진심이었다. 지금 옥타비아누스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저급한 감상주의를 혐오하며,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첫눈에 여자에게 반했다고 주장하는 사내들을 나약한 사람으로 여겼던 그의 가슴팍에 사랑의 화살이 꽂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어떻게 내가, 늘 이성적이고 초연하던 내가 지금까지 믿어온 모든 것과 상치되는 감정에 굴복한단 말인가? 그 여자는 어느 신이 내려보낸 환영이었어, 그랬어야만 해! 그렇지 않고서 내가 어떻게,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린단 말인가?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리며 그를 미치게 했다. 줄무늬 진 눈동자, 검은 머리칼, 젖빛 피부, 탐스럽고 붉은 입술.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성욕의 발로인 걸까? 옥타비아누스는 이륜마차가 그를 다시 로마로 실어 가는 내내 궁리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겐 처음부터 정해진 짝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나는 드디어 내 짝을 찾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남자의 아내다. 그의 아이까지 임신하고 있다. 오만하고 고집 세고 시시한 인간 네로가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가 간청한다고 자기 아내와 이혼해 줄까? 상관없다. 어차피 그녀는 내게 속한 사람이니까. 내게.

옥타비아누스는 비밀을 갖게 되었지만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지금은 안토니우스의 아내가 된 사랑하는 누이 옥타비아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비밀이 자칫 안토니우스에게 들어가면 두고두고 비아냥거림에 시달리고 놀림감이 될 터였다. 조언자 마이케나스도, 친애하는 아그리파도 로마에 없었다. 차라리 이는 잘된 일이었다. 그의 주위에는 아내 스크리보니아 밖에 없었다. 스크리보니아는 율리아를 낳고 난 뒤 매우 행복해 했다. 그녀는 여전히 서먹서먹하고 매사에 지나치리만치 꼼꼼한 남편을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이 사랑했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크게 슬프지 않았다. 남편은 그녀에게 다정했고 항상 예의와 존중을 갖추었으며 산후조리가 끝나는 대로 다시 잠자리를 갖기로 약속한 터였다. 다음번에는 아들을 낳게 해주세요! 스크리보니아는 유노 소스피타(구제와 수호의 여신)와 마그나 마테르(대지모신 大地母神)와 스페스(희망의 여신) 신에게 기도했다.

그런데 남편이 오래된 군사도시 카푸아 주변의 여러 군단 훈련소를 방문하고 로마로 돌아오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옥타비아누스의 집사이자 디부스 율리우스가 아끼던 게르만족 해방노예 부르군두스의 손자인 가이우스 율리우스 부르군디누스를 포함해 여러 하인들의 말을 종합해봐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차분하고 침착했던 옥타비아누스가 신경질적이고 성마르게 굴었으며 전에는 개의치 않던 것까지 일일이 지적했다. 스크리보니아가 아그리파만큼 옥타비아누스를 잘 알았더라면 그렇지 않았겠지만 스크리보니아는 옥타비아누스를 잘 몰랐다. 그래서 그에게 어서 기운을 내야한다고, 그러려면 음식을 들어야 한다고 종용했다. “기운 내야죠, 여보. 그러니 어서 드세요.” 스크리보니아가 평소보다 잘 차린 만찬을 앞에 두고 말했다. “내일 나르보로 떠나면 입에 맞는 음식을 전혀 못 드시잖아요. 제발요, 카이사르, 드세요!” “시끄럽소!” 옥타비아누스가 쏘아붙이며 긴 의자에서 일어났다. “말버릇을 고치시오, 스크리보니아! 점점 성질 나쁜 뒤쥐가 돼 가는군!”(, 세상에 누구의 말버릇이 나쁘다는 말인가. 옥타비아누스는 냉정을 잃고 있었다. 전혀 존엄한 자 답지도 않았다.) ! 적절한 표현이야! 당신은 정말이지 뒤쥐 같소, 그것도 아주 성질이 더러운 뒤지!” 그 순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스크리보니아는 남편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다. 옥타비아누스는 아침에 로마를 떠나 나르보로 갔다. 떠나면서 부르군디누스에게 스크리보니아에게 전하라며 두루마리 하나를 주었다.

당신과 이혼하겠소. 사유는 다음과 같소. 당신은 뒤쥐처럼 입버릇이 사납고(전혀 사실과 다르다. 스크리보니아는 토끼처럼 온순했고, 양처럼 고분고분했다.), 나이가 많으며(나이가 많기는 했다. 이 책에서는 옥타비아누스보다 열 살이나 많게 나온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기원전 68년생으로 추정하고 있다. 옥타비아누스는 기원전 63년생이다.), 예의가 없고(그녀에게 예의가 없었다고?), 성격이 나와 맞지 않으며(결혼할 때는 성격이 고려나 됐을까?), 낭비가 심하오.(이는 옥타비아누스가 만들어 낸 명분일 뿐이다.) 집사에게 미리 지시해뒀으니 우리 아이를 데리고 쿠리아이 베테레스 근처 황소머리의 내 예전 집으로 거처를 옮기시오. 거기서 내 딸을 높은 신분에 걸맞게 키우시오. 실잣기나 길쌈질은 가르치지 말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게 하시오. 내 은행가들이 생활비를 충분히 지급할 것이며 당신 지참금도 온전히 당신 소유요. 하지만 나는 이 관대한 처분(정말 스크리보니아에게 관대한 처분이기나 했을까?)을 언제라도 중단할 수 있으며, 당신의 행실이 부적절하다는 소문이 들리는 대로 곧장 그리할 것임을 명심하시오. 그런 경우 당신을 부친에게 돌려보내고 내가 직접 율리아의 양육을 맡을 것이며, 당신은 절대로 율리아를 만날 수 없소!” 편지에는 스핑크스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존엄한 자는 전혀 존엄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리비아 드루실라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스크리보니아에게 취한 행동은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이것이 아우구스투스라는 그의 칭호에 걸맞기나 한 걸까?) 스크리보니아의 손가락에서 감각이 사라지며 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대리석 벤치에 주저앉아 무릎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녀는 이제 온 로마가 다 알 뒤지가 될 것이었다. 옥타비아누스는 자신의 면을 세우기 위해 반드시 스크리보니아를 사납고 버릇없는 뒤지로 만들 것이다.

나르보에서의 마지막 날 눈치 빠른 아그리파에게 모든 것(이혼, 리비아 드루실라, 그가 봉착한 선택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아꼈다. 그가 겪고 있는 감정적 괴로움에 아그리파가 전적으로 마음을 써서는 안 되었다. 그는 더 할 일이 많았고, 옥타비아누스의 군사집행부였다.)을 이야기 한 옥타비아누스는 살인적인 일정에도 불구하고 그해(기원전 39)가 끝나기 전 로마로 돌아왔다. 옥타비아누스에게는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 몇 가지는 굉장히 시급했지만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는 리비아 드루실라였다.(이 문제와 관해서는 마이케나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마이케나스는 이 문제에서 빠져나오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이 문제는 옥타비아누스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했다. 자신의 인격적인 결함이나 약점을 절대 마이케나스가 알아선 안 되었다.) 옥타비아누스는 네로를 찾아갔다. “용건이 뭐요, 옥타비아누스?” 네로가 물었다. 그냥 대놓고 말하자. 그게 최선이다. “당신의 아내를 원합니다.” 네로는 할 말을 잃었다. 짙은 색 눈동자가 둥그레지며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다 캑캑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물병을 잡고 마셨다. “농담을 하시는군.” “절대 농담이 아닙니다.” “하지만 세상 누가 남의 아내를 달라고 한단 말이오! 우스꽝스런 일이오! 내가 뭐라 대답할 줄 알았소? 도대체 할 말이 없군! 이게 진담일 리 없소! 이건 될 법한 일이 아니오! 옥타비아누스 당신도 나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이게 될 법한 일이 아님을 당연히 알 것 아니오!” 네로는 미친놈을 집에 들였다고 생각하며 하인을 불러 도움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네로가 소리칠 틈도 없이 옥타비아누스가 몸을 숙여 그의 팔을 꽉 붙들었기 때문이다. 네로는 바실리스코스(수탉 머리에 뱀의 몸을 한 상상의 괴물)와 눈이 마주친 쥐처럼 꼼짝 못했다. “당신이 이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진주를 내게 양보하는 대가로 나는 당신의 금전적 어려움을 덜어주겠습니다. , 네로 썩 괜찮은 조건이죠.” 네로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것은 온 로마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지금 뭐하자는 거요?” 네로가 소리질렀다. 그는 한참 동안 혼란스럽던 기분을 쫓으려는 듯 수건으로 엎질러진 물을 닦았다. “지금 나를 놀리는 거요? 그렇소?” “전혀 그럴 의도는 없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부탁하는 것은 종교적인 사유를 대고 즉각 아내와 이혼하라는 것뿐입니다.” 옥타비아누스는 토가 주름에 손을 넣어 접힌 종이를 꺼냈다. “당신이 골치 아프지 않게 여기 방법을 아주 상세히 적었습니다.” “..........이 상황에 말려들기까지 옥타비아누스가 보인 능란함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네로는 말을 더듬거렸다. 옥타비아누스가 문을 나서며 다시 말했다. “이혼하는 즉시 리비아 드루실라를 베스타 신녀 관저로 보내십시오. 그러면 우리 사이 볼일은 끝납니다. 당신이 받게 될 첫 번째 100탈렌툼(옥타비아누스는 네로의 어마어마한 빚을 대신 갚고 매년 100탈렌툼을 주겠다고 약속했다.)은 발부스은행에 맡겨져 있습니다.” 옥타비아누스가 조용히 문을 닫고 떠났다.

방금 벌어진 일의 기억이 빠르게 희미해져갔지만 네로는 옥타비아누스가 표현만 달리했을 뿐 현재 자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천하에 폭로하거나, 영원히 침묵하거나. 폭로한다면 빚은 그대로고 옥타비아누스가 약속한 돈도 받지 못한다. 입을 다물면 그는 로마 최상류층에서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터다. 그 어떤 아내를 데리고 산다 한들 이보다 가치 있을 수는 없다. 그리하여 그는 침묵하기로 했다. 그는 종이를 끌어다 이혼장을 작성한 뒤 리비아 드루실라를 불렀다. 이혼의 사유는 그가 오명을 뒤집어쓸 이유가 없는 종교적인 이유였고, 그것은 옥타비아누스가 준 종이가 제시한 방법이었다.

리비아 드루실라는 옥타비아누스가 다녀간 사실을 몰랐다. “미인이야.” 네로는 찬찬히 아내를 뜯어보며 생각했다. 그래 확실히 미인이다, 하지만 어째서 하필 이 여자에게 끌렸을까. 옥타비아누스가 벼락 출세자이긴 해도 원하는 여자를 고르고도 남을 텐데. 도대체 그자는 단 한 번의 만남에서 이 여자의 무엇을 발견한 걸까? 6년을 같이 산 남편도 보지 못한 무언가가 이 여자에게 있는 걸까?(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이 있는 사람의 장점을 잘 보지 못한다. 그것들은 단지 남들만이 볼 뿐이다. 내가 그것을 알아챌 때쯤이면 그 사람은 이미 내 곁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다.) 네로가 이혼장을 내밀었다. “종교적 이유로 당신과 이혼하겠소, 리비아 드루실라 15인 신관단이 시빌라 예언서(고대 로마에서 신이 가사 상태로 아폴론의 신탁을 전했다고 하는 무녀가 기록한 예언서. 이 예언서는 특별히 조직된 신관단-처음에 2, 기원전 4세기에 10, 기원전 1세기에 15명으로 증원-의 감독하에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유피테르 신전에 보관되고, 홍수, 역병, 전쟁 때에 신관단이 원로원의 명령에 의해서 이것을 풀어서 신의를 물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에 새로 추가된 시구를 해석한 뒤 그중 하나가 우리의 결혼과 관련 있으며 우리가 즉각 이혼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소. 그러니 즉시 짐을 싸서 베스타 신녀 관저로 가시오.” 드루실라는 할 말을 잃었다. 아무런 감각이 느껴지지 않고 머릿속이 멍했다. “아이를 만날 수 있나요?” “안되오. 신성모독행위가 될 것이오.” “그러면 뱃속의 아이도 포기해야겠군요.” “그렇소, 태어나는 즉시.” “저는 어떻게 되나요? 제 지참금은 돌려주시나요?” “아니, 나는 당신의 지참금을 일절 반환하지 않소.” “그러면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요?” “앞으로 당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더 이상 내 소관이 아니오. 나는 당신을 베스타 신녀 관저로 보내라는 지시만 받았소.”

리비아 드루실라는 발길을 돌려 자신의 좁은 거처로 돌아갔다.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네로에게 묻긴 했지만 솔직히 그런 것은 걱정되지 않았다. 만일 신들이 그녀를 눈여겨보았다면, 그리고 이 끔찍한 결혼생활로부터 그녀를 구해주려 했다면, 그들은 필시 그녀가 베누스 에루키나(자유분방하고 비도덕적인 사랑을 다스리는 여신. 베누스 에루키나 축제 동안에는 매춘부들을 여신에게 바쳤고, 신전에서는 성사된 매춘에서 돈을 받았다.) 신전 앞에서 남자를 유혹하도록 타락시키거나 굶겨죽이지 않을 터였다. 베스타 신녀 관저에 머무르는 것은 일시적인 조치일 게 분명했다. 리비아 드루실라는 작은 여행 가방에 얼마 안 되는 옷가지를 담았다. 집사가 와서 팔라티누스 언덕의 게르말루스 고지에서 포룸 로마눔까지 걸을 준비가 되었냐고 물었을 즈음, 그녀는 여행 가방에 짐을 모두 싸고 끈으로 가방을 묶고 바깥의 추위와 위협적인 눈발에 대비해 망토를 꼭꼭 싸매 입은 터였다. 그녀는 여행 가방을 든 하인을 뒤쫓아 최대한 빠르게 한참을 걸어 베스타 신전에 도달했다. 그녀를 마중나온 여자 하인이 체격 좋은 갈리아 여자에게 여행 가방을 넘겨주고 리비아 드루실라를 방으로 데려갔다.(이 모든 것의 전에 이미 옥타비아누스의 치밀한 조치가 있었다.) 방에는 침대와 탁자와 의자가 하나씩 있었다. “변소와 욕실은 저 복도를 따라가면 나옵니다.” 가정부로 보이는 여자 하인이 말했다. “독서를 하고 싶으신지 물어보라고 하셨습니다만?” “그래 난 책 읽기를 무척 좋아한다네.” “어떤 책을 읽고 싶으신지요?” “신녀들이 괜찮다고 하는 거라면 라틴어 책이든 그리스어 책이든 다 좋아.” 교육을 잘 받은 리비아 드루실라가 말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신지요?” “한 가지 있네. 목욕물은 다른 사람과 같이 써야 하나?”(프리겔라이의 오래된 시가지를 산책하고, 또 뜻하지 않게 옥타비아누스를 만나고 돌아온 리비아 드루실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편과 아들 티베리우스가 사용한 기름때가 둥둥 떠 있는 목욕물이었다. 여기에 남편은 오줌을 누었을지도 몰랐다. 헝겊 조각으로 최대한 이물질을 걷어낸 뒤 온기가 거의 사라진 물에 몸을 담군 리비아 드루실라는 어떤 남자든 오로지 그녀만 사용하는 예쁜 대리석 욕조에 달콤한 향수를 뿌린 깨끗하고 따뜻한 물을 채워 목욕할 수만 있게 해 준다면 아내의 의무 따위는 기꺼이 내팽개치고 그에게 가리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평온한 세 주가 지나가고 새해가 일주일 지난 뒤 가정부가 편지를 들고 왔다. 옥타비아누스의 편지였다. “내 일생일대의 사랑 리비아 드루실라에게. 그동안 잘 지냈나요? 이 편지가 증명하듯 나 카이사르 디비 필리우스는 프리겔라이에서 우리의 만남 이후 당신을 잊지 않았소. 추문이나 오점 없이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할 방법을 찾느라 시간이 필요했어요. 나는 내 해방노예 헬레노스에게 새 시빌라 예언서를 뒤져 당신과 네로와 연관 있다고 해석할 만한 시구를 찾으라고 지시했소.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소. 헬레노스는 당신과 나와 연관 있다고 할 만한 시구 역시 찾아내야 했지요.....이 편지를 쓰는 지금 나는 창공을 날아오르는 이카로스만큼 행복하오. 나의 리비아 드루실라, 부디 날 실망시키지 말아요! 그러면 난 죽고 말테니. 이미 그 전에 추락으로 죽지 않았다면 말이오. 여기에 당신과 네로의 시구를 적겠소.

밤처럼 검은 남편과 아내

그들의 결합은 로마의 재앙이니

둘은 하루바삐 갈라져야 하네

그러지 않으면 로마는 영원히 표류하리라

반면에 당신과 나의 시구는 캄파니아의 장미밭이라오.

금발에 새하얀 신의 아들

그가 맞아야 할 신부는 두 아이의 어미이며

갈라진 부부의 밤처럼 검은 아내

두 사람이 함께 로마를 세우리라

마음에 드오? 나는 이 두 시를 읽고 무척 기뻤소. 헬레노스는 아주 똑똑한 문헌 전문가라오. 그를 수석 비서로 승진시켰소. 이달인 1월의 열일곱 번째 날에 당신과 나는 혼인으로 하나가 될 것이오. 나는 이 시 두 편을 15인 신관단(옥타비아누스 자신이 15인 중 한 명이었다.)에 보여주었고 그들은 내 해석이 옳다는 데 동의했소.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모든 방해물들이 치워졌고, 당신과 네로의 이혼 그리고 우리의 결혼을 승인하는 쿠리아법이 통과 되었어요. .....당신을 사랑하오.” 리비아 드루실라는 두루마리가 다시 말리도록 문진을 치운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방에서 살며시 빠져나갔다. 그리고 지하실 석조 계단을 내려가 운 좋게 마주한 숯불이 타고 있는 화로에 편지를 집어던졌다. 여자들만의 공간인 이곳에서는 비밀이 있을 수 없어. 봉인된 편지를 뜯어볼 생각은 못하겠지만 내가 등을 돌리면 다들 편지를 읽어보려 달려들걸.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편지의 내용이 공개되어서는 안 되었다.

기원전 38년 리비아 드루실라는 옥타비아누스와 막시무스 옵티무스가 함께하는 신전에서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식은 일반적인 결혼과 달리 콘파레아티오 Confarreatio 결혼식이어서 앞으로 깨어질 수 없었다. 리비아 드루실라의 나이 스물한 살이었고(그때 그의 뱃속에는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의 8개월 된 아이가 들어 있었다.) 옥타비아누스의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다. “이젠 잘 시간이오. 당신 거처가 따로 있소. 당신이 어느 쪽 전망을 좋아할지 모르겠소. 혹시 다른 곳을 선호한다면 집사 부르군디누스에게 말하면 돼요. 괜찮소?” “엘리시온(신들의 총애를 받는 영웅들이 삶을 마친 뒤 들어가는 축복의 땅) 들판에 온 것 같아요. 나를 위해 이렇게 많은 수고와 비용을 감수했다니요! 카이사르, 나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 하지만 이제 알겠어요.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매일 매일 당신을 더더욱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들은 첫날밤 의식을 치루지 않았다. 보아 데나의 예언처럼 둘 사이에는 자식도 없었다. 하지만 11년 뒤인 기원전 27, 옥타비아누스는 아우구스투스 존엄한 자가 되었고 그 자리에서 40년을 더 로마를 통치했다. 리비아 드루실라(A.D 14년부터는 율리아 아우구스타라 불렸다.)는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보다 더 산만큼 15년을 옥타비아누스보다 더 살고 죽었다. 그녀와 클라우디우스 네로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들 티베리우스는 로마 2대 황제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