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이어 '지옥'…해외서 통한 한국적 디스토피아 [N초점]
'오겜' 이어 '지옥'…해외서 통한 한국적 디스토피아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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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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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지옥'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옥'은 10년 후에도 회자될만한 작품이다."(영국 가디언)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 넷플릭스 순위를 제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 19일 처음 공개된 '지옥'이 다시 한 번 전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지옥'의 흥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징어 게임'이 이뤄냈던 K-드라마의 성공이 단 한 번의 우연한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 'K콘텐츠 대세론'이 더 이상 한국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의 바람이나 꿈이 아니라는 점 등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 6부작 시리즈는 지난 26일 기준(한국시간) 4일 연속 플릭스 패트롤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옥'이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인기를 보여주면서, 그보다 조금 앞서 전세계 넷플릭스 구독자들을 사로잡은 '오징어 게임'과의 비교는 불가피하게 됐다. '오징어 게임'은 첫 공개 이후 46일간 '넷플릭스 오늘 전세계 톱 10 TV 프로그램'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신드롬을 낳았다. '오징어 게임' 속에 등장하는 달고나 만들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게임들은 유튜버들의 단골 아이템이 돼 수많은 2차 창작물들을 양산했고, 미국의 핼러윈 데이에는 예상대로 많은 이들이 '오징어 게임' 속 캐릭터들의 의상을 입고 파티에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그뿐 만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및 배우들은 미국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 드라마 관련 이야기를 나눴고, 미국 LA에서 열리는 LACMA 아트+필름 갈라 행사에도 참여해 할리우드 관계자 및 배우들과 친분을 쌓았다.

'오징어 게임'은 죽음을 두고 벌어지는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점 외에도 한국 사회, 더 나아가 전세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인 문제점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줘 호평을 얻었다. '오징어 게임'이 은유하는 한국 사회는 가난한 이들이 빚에 시달리고, 결국 목숨까지 내놓은 채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냉혹한 디스토피아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을 다룬다는 점에서 '지옥'은 '오징어 게임'과 자연스레 비교선상에 놓인다.

표면적으로 '지옥'은 단순히 종교 문제를 그린 것처럼 보이나 더 들어가보면 철학적인 측면, 사회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부산행'을 비롯한 연상호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했듯 한국 사회 안에 팽배한 집단 이기주의를 담아냈고, 선과 악에 대한 판단이 불분명한 상황 속에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표적을 만들어 테러를 가하는 집단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집단적인 공포와 광기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은 듯한 '지옥' 속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은 '가짜 뉴스'의 두려움 속에서 종종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외신들도 '오징어 게임'과 '지옥'의 공통점을 짚어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흥행에 성공한 한국 드라마들이 그러했듯, '지옥'은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잘 다뤘다"면서 "흑백논리적인 디스토피아와는 다른 잿빛 세계관을 펼쳐 보인 연 감독의 윤리적 물음은 강력하고 시의적절하며 생생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했다. 또한 미국 CNN은 '지옥'에 대해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두 작품을 함께 언급했다. '오징어 게임'과 비교해 '지옥'의 작품성에 손을 들어주는 반응도 있었다. 영국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보다 훨씬 좋다, 둘 중 10년 후에도 회자될 만한 작품이 있다면 그것은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한국 콘텐츠들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낸 작품들이다. 빈부격차, 계층간의 격차를 다룬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그렇다.

뉴욕 포스트는 "'오징어 게임'은 뜬금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분석가들은 이 시리즈가 한국 전쟁 이후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 소위 '한강의 기적'의 이면을 보여준다고 본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한국 콘텐츠들이 사회를 드러내는 방식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독특한 매력으로 꼽힌다. 우울하고 어두울지라도 현실의 문제점들을 외면하지 않는 특유의 맹렬한 주제의식이 해외 시청자들에도 공감을 얻으며 K콘텐츠의 인기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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